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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을 시어머니와 자야 하는 전통혼례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2A020303
지역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해평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재호

[중매]

혼인은 가문과 가문끼리 하는 것이라 여기고, 신랑과 신부 본인은 결혼하기까지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다만 시어머니의 경우 며느리감을 미리 보러 가는 경우가 있었다. 주로 집안의 어른들이 괜찮다고 하면 혼인이 성사된다. 그래서 혼인을 하고나서 보면 신랑이 절름발이도 있고 신부 못냄이도 있다. 그래도 시집을 가면 평생을 그 집에 살아야 하는데, 여자는 그 집에 내발로 걸어 들어가면 나올 때는 등으로 나오는 것으로 인정하고 살아야 했다.

[택일]

혼인이 정해지면 신랑 쪽에서 사주를 써서 중신애비를 통해 신부 쪽에 보낸다. 사주를 받으면 여자 쪽에서 혼인을 하겠다는 문서를 써서 보내준다.

[사주단자]

사주단자 오면 신부 쪽에서 날을 받아 보낸다. 그러면 신랑 집에서는 신부의 웃티를 한 벌 해 보낸다. 웃티는 혼례 때 입는 제일 첫 복에 해당하는데, 주로 동네나 집안에서는 원삼을 미리 지어 놓고 대대로 내려가면서 입었다. 하지만 원삼이 없는 사람들은 분홍색과 새파란 천으로 웃티를 지어 입었다.

[혼인]

혼인을 하면 신랑이 신부 집에 5일 동안 자고 간다. 신부 쪽에서는 신랑이 갈 때 예물을 보낸다. 보통 시아버지 도포, 신랑 도포, 바지저고리, 두루막, 시부모님 금침 이부자리를 보내며, 신랑이 삼행 올 때 또 혼수가 온다. 혼수는 무명, 삼베, 명주를 물들여 치마저고리 등 해서 보낸다. 시절에 따라 유똥, 인조 등으로 해서 보내기도 한다.

[삼행]

신부는 혼인한 뒤 일 년 동안 친정에서 묵는다. 신랑이 돌아간 뒤, 혼인한 달을 넘기지 않고 신랑이 신부 집으로 삼행을 온다. 이때에 신랑이 혼수를 가져오는데 하인을 앞세우고 장롱, 옷감, 의복 그리고 폐물 등을 갖고 신부 집을 간다. 옷감은 무명, 삼베, 명주 등이고, 이를 물들여 신부의 치마저고리를 해서 보낸다. 또 폐물로는 은으로 만든 비녀나 쪽잠, 가락지 등이 있었다.

신랑이 삼행을 올 때도 시어른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보통 봄에 오는데, 4월 파종이 끝나고 꼼비기 먹을 때 온다. 신랑이 삼행 올 때쯤이 되면 신부 측에서 먼저 신랑 집에 옷을 보낸다. 봄옷이라고 해서 시아버지의 바지저고리를 준비하는데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모시 두루막까지 준비한다. 또 신랑의 모시 두루막과 바지저고리, 시어머니의 속곳을 마련하여 보낸다. 그 다음 추복이라 하여 가을이 되면 가을 옷을 또 해서 보낸다.

[신행]

‘칠팔월 실거래 바람에 혼인신부 마음 설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랑이 삼행을 한 다음 팔월 즈음이 되면 날을 받아 신부를 데리러 온다. 칠팔월 즈음이 되면 신랑이 와서 신행을 가게 되면 시집살이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묵신행을 하는 신부의 마음이 설렌다는 의미이다. 신행 때는 폐백 때 쓸 음식을 마련하고 혼수품들을 가지고 가는데, 친정아버지와 하인들이 따른다. 신부의 가마 속에는 찹쌀과 계란을 세 개 담아 가는데, 이것으로 시집 간 사흘 만에 밥을 지어 먹는다.

시댁에 도착하면 대문 앞에 짚불을 깔아 둔다. 이것을 가마를 멘 가마꾼들이 발로 차고 들어간다. 이는 시집에 들어오는 신부에 잡귀나 나쁜 기운들이 따라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이다. 신부가 탄 가마가 시댁 문을 들어설 때 시어머니는 집 뒤쪽에 숨어 있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것은 시어머니가 새 신부 가마를 보면 고부갈등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문을 지나면 신랑이 가마 문을 열어주고 신부가 내리기 전에 대반을 드는 사람이 감주를 바가지에 떠서 신부에게 준다. 신부는 이를 받아 한 모금 마시는데, 감주를 바가지에 담아주는 이유는 입이 거칠어 아무것이나 잘 먹으라는 의미이다. 시집을 와서 뭐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으려면 처음 먹는 것부터 투박한 바가지에 담은 것을 먹는 것으로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쌀 한 그릇을 신부 앞에 두었다가 가져들어간다. 이는 신부가 복을 가져오라는 의미로 하는 것이다.

[폐백]

신행을 온 신부는 큰상을 받는다. 신부와 신부 아버지가 받는 상은 경반상이라 하고, 손님들을 대접하는 대반상이라 한다. 신부의 대반을 들어주는 사람은 그 마을에서 복이 있는 사람인데, 복이 있다는 것은 아들을 잘 낳는 사람을 뜻한다. 신부의 경반상에는 밤, 대추, 떡국을 비롯한 여러 음식을 차리고 대반드는 사람이 신부에게 숟가락을 들려준다. 갓 시집온 신부는 자리가 어색하고 불편해서 배가 고프더라도 체면을 차린답시고 잘 먹지 못한다고 한다.

경반상을 다 받았으면 헌구례를 한다. 신부가 준비 해 온 폐백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시댁의 대소가 어른들이 모여 있다. 신부는 족두리를 쓰고 시어른들에게 절을 하고, 다른 집안 어른들께도 인사를 드린다. 신부는 한쪽 편으로 서 있다가 왕래하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들락거릴 때 마다 인사를 올린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꼬박꼬박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신부는 제대로 앉을 새도 없이 일어섰다 앉았다 하기를 반복한다.

[첫날밤]

폐백을 마친 다음, 시댁에서의 첫날밤은 시어머니와 함께 자야 한다. 그래야 고부 사이가 좋아진다고 한다. 시댁에 온 지 삼 일째 되는 날부터 부엌살림을 시작하는데, 이때 신행 때 요강에 담아온 찹쌀로 밥을 짓고, 계란과 폐백용으로 함께 준비해 온 반찬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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