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002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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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포천시 |
집필자 | 이병찬 |
[정의]
경기도 포천지역에서 혼인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첫 국밥」은 이진사가 귀신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자기 아들과 김백정의 딸을 결혼시킨다는 결연담이다. 백정의 딸이지만 귀신에게 덕을 베푼 백정의 딸이 이진사의 아들을 잘 살게 해 주는 내용이 흥미롭다.
[채록/수집 상황]
1992년 10월 대진 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간행한 『제1차 답사 자료집』-포천읍에 수록되어 있다. 2000년 이근영·이병찬 등이 엮고 포천 문화원에서 간행한 『포천의 설화』에도 전재되어 있다.
[내용]
옛날 포천의 어느 시골에 이진사와 박진사가 살았다. 하루는 이진사가 고개 넘어 박진사네 잔치 집에 가게 되었다. 가서 술과 음식으로 대접을 잘 받았는데, 그만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고개를 넘어서 집에 오기가 힘들게 되었다. 고개 너머에 산소가 많이 있었는데, 이진사는 거기쯤에 와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만 산소 옆에 드러눕고 말았다. 술이 많이 취해 비몽사몽간인데, 산소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여보게, 오늘 이진사 댁에서 아기를 낳으니까 우리 첫국밥이나 먹으러 가세.”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나는 집에 손님이 있으니까, 나 대신에 자네가 다녀오게.”라는 대답이 들렸다.
누워서 꼼짝 않고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진사는, 무서워서 소변이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꾹 참고 있었다. 귀신들이 서로 모여 있는데, 잠시 후 첫국밥을 먹으러 갔던 귀신이 돌아왔다. 다른 귀신이 말하길, “그래 가서 잘 대접 받고 왔나?” 하고 묻자, 다녀온 귀신이 말했다.
“이진사 댁에 갔더니 밥에 돌이 들어가 있고, 국에는 머리카락이 빠져 있더라고. 그래 괘씸해서 하루에 피죽을 3그릇이나 줬지. 그리고 칠십까지 살라는 명을 줬어. 그 집 아들은 70세까지 피죽만 먹고 살아야 돼. 돌아오는 길에 보니 김백정네도 딸을 낳았더라. 그래서 거기서도 첫국밥을 먹었는데, 밥과 국을 아주 잘 끓여 줬어. 너무 고마워서 신세를 보답하기 위해, 그 집 딸에게는 하루에 참깨 서 말을 줬어. 그리고 명은 적당히 살라고 65살까지 주고 왔네.”
누워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이진사는 ‘사람이 태어날 땐 명과 복이 있다’는 전설을 생각했다. 귀신들이 간 다음 이진사가 김백정의 집으로 가서는, “게 아무개 있는가?” 하니, 김백정이 맨발로 뛰어나와 맨땅에 꿇어 엎드려서, “아이고 어떻게 오셨습니까? 살려 주시우.” 하고 비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양반집에서 아들을 낳을 때 백정네서 딸을 낳으면, 양반이 백정을 때리는 대로 백정은 맞아야만 했다. 그런데 이진사는 김백정을 잡아 일으켜 윗방에 데리고 와서 김백정에게 종이, 붓, 벼루, 먹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이진사는 김백정에게, “자네의 딸과 나의 아들을 오늘 함께 낳았으니, 우리 합사를 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글을 모르는 김백정은 가만히 있고, 이진사가 종이에 내용을 한 장씩 써서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이진사는 체면 때문에 백정을 사돈으로 둘 수가 없어서, 김백정을 파주로 이사시켜 가짜 벼슬을 주어 살게 했다. 또 땅도 사 주고 좋은 집도 사 주어, 김백정은 이제 백정 행세를 하지 않고 양반이 되어 살았다.
세월이 흘러 혼인을 할 나이가 되어, 김백정의 딸은 이진사의 아들과 결혼을 하였다. 그 후 양가의 부모가 다 돌아가시자, 아무 잘못하는 것도 없이 재산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결국은 거지가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남편은 집에 앉아서 책이나 보며 한숨을 짓는데, 아내는 다른 방책을 생각했다. 즉 아내는 마을 여자들끼리의 조직을 만들어 우두머리가 되었고, 그 마을 여자들은 여러 음식을 아내에게 가져다주었다.
이것은 첫국밥 먹을 때, 귀신이 딸에게 참깨 서 말을 준 것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참깨 서 말이면 삼천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인데, 깨를 빻아서 음식에 양념으로 조금씩 넣으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 남편의 피죽 3그릇은 피란 원래 먹을 것이 없을 때 먹는 음식이므로, 그 아들이 가난하리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이진사의 아들은 아내 덕에 굶지 않고 잘 살았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첫 국밥」의 주요 모티프는 ‘양반 아들과 백정 딸의 혼인’이다. 「첫 국밥」은 백정과 사돈을 맺은 것이 부끄러워서 양반으로 만들고, 백정의 딸은 귀신들의 예언대로 이진사의 아들을 굶지 않게 해 주었다는 설화인데, 음덕을 베풀어서 잘 살게 되었다는 인과응보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