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후기 무주 출신의 유학자.

[가계]

본관은 밀양(密陽). 자는 근보(近甫), 호는 설계(雪溪). 임진왜란 때 선조(先祖) 가운데 한 사람이 난을 피하여 삼도봉(三道峰)에 들어왔다가 지금의 무주군 설천면에 자리를 잡았다. 할아버지는 가선대부(嘉善大夫)에 증직된 박태만(朴泰萬)이며, 아버지는 박세건(朴世建)이다. 어머니는 남원 양씨(南原梁氏)이며, 부인은 김육(金堉)의 딸인 광산 김씨(光山金氏)이다.

[활동 사항]

박치원(朴致遠)[1732~1783]은 18세 때 서호(西湖)로 놀러갔다가 길에서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달려가 예를 다하여 장사를 치렀으나, 애통함이 지나쳐 결국 불치병을 앓게 되었다. 이후 세상의 모든 명성에 귀를 막고자 토실(土室)을 짓고 ‘무성(無聲)’이라는 편액을 달고는 학문에만 전념하였다고 전한다. 30여 년의 오랜 정진 끝에 27권의 방대한 『설계 수록(雪溪隨錄)』을 저술하였다.

[학문과 저술]

박치원은 어려서 역천(櫟泉) 송명흠(宋明欽)의 문하에서 수학하면서 『대학(大學)』의 강론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송명흠이 박치원을 세상에서 보기 드문 인재라고 높이 평가하여 서울 등 외지에도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시절 박치원이 지은 시문집인 『설계 수록』은 『주례(周禮)』, 『춘추(春秋)』, 『의례(儀禮)』, 『예기(禮記)』 등 경서에 관한 논변과 『주역 계사(周易繫辭)』, 『역학계몽(易學啓蒙)』, 『가례(家禮)』, 『강목(綱目)』, 『율려 신서(律呂新書)』, 『황극 경세서(皇極經世書)』, 『홍범 황극 내편(洪範皇極內篇)』, 『황제 소문(黃帝素問)』, 『팔진도 설해(八陣圖說解)』 등 다양한 책들에 대한 논변을 비롯하여 시, 서, 축문, 제문, 잡지(雜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학 중앙 연구원 장서각의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설계 수록』 11책 27권을 읽을 수 있다.

[상훈과 추모]

1783년(정조 7) 사망하자 안광직(安光直)이 행장을 썼다. 1860년(철종 11)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양지 마을에 창건된 설호사(雪湖祠)에서 박치원을 주벽(主壁)으로 배향하고 있다. 설호사는 1869년(고종 6) 전국적인 서원 철폐령에 의해 철거되었으나 1920년 문중에서 재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