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501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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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安城斗文-落花- |
영어공식명칭 | Ansung Dumun Village with the flicker of flame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금평리 두문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상훈 |
[정의]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금평리 두문마을에서 오래전부터 하던 불꽃놀이가 복원되어 마을을 넘어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이야기.
[역사와 유교 문화가 공존하는 안성 두문마을]
두문마을은 남덕유산 줄기에서 뻗어 나온 두문산(斗文山) 언덕에 포근하게 위치한다. 두문(斗文)은 ‘말글’이라는 뜻을 가진 ‘말그리’ 또는 ‘말거리’ 등으로 불리어 왔다. 옛적부터 집집마다 글 읽는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고, 문장이 뛰어난 훌륭한 선비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되글[升文]로 배워서 말글로 사용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 때부터 마을 이름을 ‘말글’이라 부르게 되어 지명이 되었고, 말글을 한문으로 표기하면서 ‘두문’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당연히 두문산도 마을의 지명과 연관된다. 두문마을에서는 1892년(고종 29)에 마을 선비를 중심으로 향약(鄕約)을 만들고, 두람재(斗藍齋)를 건립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문창계’는 일종의 서당계로 중학 강습소를 설립하였다. 훗날 이를 기반으로 안성 중·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 두문마을의 입구에는 반남 박씨(潘南朴氏)의 충절을 기리는 삼세 충의비(三世忠義碑)가 있다. 두문 마을은 역사와 유교 문화가 공존하는 역사 문화 마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두문마을 뒷산 두문산에는 풍수적으로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의 이야기가 전해 온다. 오수부동격이란 다섯 마리의 동물들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맞춘 지세(地勢)를 말한다. 다섯 마리의 동물 형상을 띤 주위의 산세가 서로 대치되면서도 편안함이 깃드는 곳이라는 이야기이다. 두문산은 코끼리 형국이고 그 앞에는 괭이밧골[고양이]이 있다. 그 너머에 범바꼴이 있는데 그곳에 범이 살았다. 그리고 개금평이 있다. 그러니까 코끼리는 쥐를 무서워하고 쥐는 고양이 때문에 꼼짝 못한다. 개는 호랑이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호랑이는 다시 코끼리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한다. 오수부동격의 풍수로 마을의 화(禍)를 진정시킨 것이다. 이는 바로 자연의 조화와 균형의 질서를 표현한 것인데, 이런 풍수 이야기를 두문마을에서 들을 수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불의 발명으로 생긴 낙화놀이, 전국에 분포]
낙화놀이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모내기 전 혹은 음력 4월 8일, 7월 보름날에 숯가루·사금파리·소금·마른 쑥 등을 넣은 낙화봉을 긴 줄에 매달아 놓고 거기에 불을 붙여 타오를 때 나오는 불꽃 모양과 터지는 폭음 소리를 함께 즐기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를 말한다. 줄불 놀이, 줄불이라고도 불린다.
낙화놀이의 기원은 불의 발명에서 시작된다. 특히 화약이 발명되면서 불놀이가 폭죽놀이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13세기 후반 등놀이, 연등놀이를 할 때 화약이나 폭발물을 사용한 화희(火戱), 화산희(火山戱), 화산대희(火山臺戱) 등으로 불린 불꽃놀이를 하였다. 이러한 불꽃놀이는 오래전에 없어졌으나 낙화놀이, 즉 줄불 놀이와 같은 불꽃놀이는 일제 강점기까지 여러 지방에서 전승되었다. 불놀이 종류와 낙화놀이는 아주 다양하다. 토화(吐火), 폭죽, 연등놀이, 화산대(火山臺), 줄불 낙화놀이, 불단 낙화 놀이, 달걀 불놀이, 횃불 놀이, 딱총 놀이 등이 있다.
낙화놀이는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문헌에 나타난 낙화놀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함경남도 북청 지방의 연등, 평안북도 정주 지방의 연등, 경기도 여주 지방의 낙화놀이, 경기도 양주 지방의 줄불 놀이, 충청북도 청주 지방의 불꽃놀이, 충청북도 충주 지방의 불꽃놀이, 충청남도 공주 지방의 연등·관등, 경상북도 안동 지방의 선유 줄불 놀이, 경상남도 함안 지방의 이수정 낙화놀이, 경상남도 마산 지방의 진동 낙화놀이, 경상남도 고성 지방의 낙화 놀이, 경상남도 진해 지방의 낙화놀이, 전라북도 무주 지방의 낙화놀이, 전라북도 진안 지방의 불꽃놀이, 전라북도 임실 지방의 불꽃놀이, 전라북도 순창 지방의 관등, 전라남도 화순 지방의 적벽 낙화놀이 등이다. 공연은 각 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주관자는 마을 사람들이다. 제작 재료는 숯·한지·줄이 공통 요소이다. 사금파리·쑥·소금·유황 등이 첨가된다. 공연 내용은 보면 줄불 놀이, 제등 및 연등 달기, 장대에 낙화를 매달아 불을 붙이는 장대 불놀이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두문마을 낙화놀이 복원하여 재연 행사 개최]
두문마을은 한때 존폐의 위기에 처하였다. 한때 무주군 안성면 일원에 무주 기업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개발 열기가 불었으나 사업자의 사업 포기로 경관 좋은 안성면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당시 안성면 일원을 답사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마을에서 반대 투쟁에 앞장섰고 그 결과 오늘날 많은 마을이 존속할 수 있었다.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1980년대 민요 조사를 계기로 알려지게 되었다. 박찬훈[1930년생]이 낙화놀이를 제보하였고 이후 제보자의 구술을 토대로 2007년 초에 복원 계획이 수립되었다. 당시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마을 공동체 문화 전통 속에서 세시절기에 의해 특정한 행위 주체[서당 생도]에 의해서 특정 공간[서당 앞 냇가와 논]에서 연행되었음이 조명되었다. 이후 낙화놀이 연행의 형식과 내용, 주재료와 제작 공정이 조사되어 2007년 3월에 두문마을 회관 옆 창고에서 시연되었다. 그리고 5월에 복원 재연 행사가 이루어졌다. 재연 행사는 길놀이, 점화, 낙화놀이, 뒤풀이로 구성되었다.
낙화놀이 복원은 일제 강점기 당시 두문마을 서당 생도이던 서상채를 따라 다니며 본 박찬훈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었다. 현재 두문마을 낙화놀이의 유래와 역사에 접근하는 유일한 자료는 구술 자료자이다. 마을을 답사하다가 채록자를 잘 만나면 책 한권을 묶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점에서 박찬훈은 두문마을의 역사와 민속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두문마을 낙화놀이, 유교적인 공동체 문화에 기반]
두문마을은 전통의 맥이 흐르는 반촌이다. 그러한 전통은 향약, 서당계 혹은 문창계, 그리고 주산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두문 향약은 무주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항약으로 두문·궁대·안기·도촌의 4개 마을 선비들이 향촌 사회의 풍속과 안녕을 위해 결성한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 역할은 향약 집회소인 두람재에서 이루어졌다. 서당계로 서당 교육이 이루어졌으며 교육 장소로 흥감재가 남아 있다. 마을 공동체 제의인 당산제를 지내기 위한 주산계도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두문 낙화놀이의 사회 문화적인 특징은 유교적인 공동체 문화에 기반을 두었다.
두문마을 흥감재는 다른 서당과 같이 학습 역할을 하고 유희 학습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일 년에 한번 열리는 강(講)과 맞물려 낙화놀이가 연계되었다. 강은 한두 시간 정도 진행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연회를 열렸다고 한다. 이 연회의 연장선에서 저녁이 되면 낙화놀이가 연행되었고 서당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하던 서당 풍속이었다. 또한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세시풍속으로 달집을 태우고 망월을 돌리며 놀던 정월 대보름 풍속의 한 가지인 민속적 불놀이와 사월 초파일 불교 계통의 등불놀이, 지방 사족들의 연희에서 행하여진 불놀이의 전통과 생업의 주시 속에서 선택된 절일과 맞물려 연행되었다. 이러한 낙화놀이는 일제 강점기에 존속하다가 해방 이후 단절되었다.
[두문마을 낙화놀이의 일반적 특징]
두문마을에서 열리는 낙화놀이의 연원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보통 조선 후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두문마을에서 전승되어 오다가 일제 강점기인 1939년경에 중단되었다. 두문마을 낙화놀이 참여자는 과거에는 서당에 다니는 상급생 청장년이었으나 현재는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한다. 두문마을 낙화놀이의 공연 시기는 대체로 삼월 삼짇날, 사월 초파일, 모심기 전, 칠월 칠석이었다. 공연 장소는 과거에는 마을 남쪽 마을 서당인 흥감재 앞 시냇물과 그 시냇물 가운데에 있는 논이었다. 현재는 두문마을 위쪽 작은 방죽에서 한다. 최근에 낙화권역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이곳에 현대식으로 낙화놀이 체험관 시설이 만들어졌다. 공연 목적은 천기의 음양(陰陽) 기운이 조화롭게 합치되어 천지간의 만물들이 잘 생성되기를 기원하는 데 있었다. 또 다른 목적은 서당 학동 선비들의 유흥 놀이였다.
[숯과 쑥으로 만든 낙화봉에서 꽃 같은 불꽃 떨어져]
두문마을 낙화놀이에 사용되는 주재료는 뽕나무 숯·소금·말린 쑥·한지·무명실 등이다. 두문마을 회관 옆 창고에는 숯가마·분쇄기·음향 기기·발전기 등이 있으며 낙화놀이 순서가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다. 낙화놀이를 위해서는 낙화봉을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가 잘 준비되어야 한다. 특히 재료로 뽕나무 숯가루, 점화제로 쑥깃, 기폭제로 소금 공정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뽕나무 숯은 마을 주변에 있는 뽕나무를 구해 만든다. 숯을 만들 때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뽕나무 가지를 태워 숯이 되면 구덩이에 파묻어 공기나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였다. 숯 조각을 잘게 부셔 뽕나무 숯가루를 준비한다. 다음으로 쑥깃은 먼저 쑥을 뜯어와 말린 다음 손으로 비빈다. 이는 먼지나 티끌을 제거하여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렇게 해야 점화제로 기능을 잘할 수 있다. 기폭제로 사용하는 소금은 적당한 크기로 준비하여 햇볕에 말린다. 물기가 있으면 기폭제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소금을 말려 기폭제로 쓰는 이유는 깃에 불을 점화하여 숯가루가 타들어 가면서 소금에 닿으면 소금이 터지면서 동시에 숯가루를 퍼뜨려 불씨가 공중에서 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숯가루, 깃, 소금이 준비되면 낙화봉을 만든다.
낙화봉은 한지를 이용하여 만든다. 한지 위에 숯가루를 깔고 소금도 군데군데 놓는다. 이어서 양끝에 깃을 놓아 마치 김밥을 만들듯이 봉 형태의 낙화봉을 만든다. 여기에 무명실을 적당히 끊어 대나무의 마디 같이 봉에 매듭을 지어 준다. 낙화봉이 타다가 숯가루가 쏟아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무명실을 사용하여 중간 중간 묶어 매듭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줄에 걸 수 있게 고리를 만들면 낙화봉이 완성된다. 낙화봉은 습기가 없는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낙화놀이는 현재 마을 위쪽 작은 방죽에서 한다. 낙화놀이를 하려면 낙화 줄을 설치해야 하는데 방죽 양쪽에 두개의 기둥을 우선 설치한다. 그리고 기둥에 각각 도르래를 설치한다. 도르래를 이용하여 낙화 줄 두개를 방죽에 늘어뜨린 다음 낙화 줄 위에 미리 준비한 낙화봉들을 달아맨 다음 불을 붙여 낙화놀이를 한다. 방죽 양쪽에 도르래를 달아 설치한 두 개의 낙화 줄에 방죽 양쪽에서 낙화봉들을 하나씩 매달아 낙화봉 깃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도르래를 이용하여 방죽 가운데 쪽으로 조금씩 낙화 줄을 이동시킨다. 불이 붙은 낙화봉들이 방죽 가운데로 이동하면서 꽃 같은 불꽃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현대식으로 낙화놀이 체험관 시설이 만들어져, 기둥을 세우거나 줄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두문마을 낙화놀이, 마을을 넘어 지역 축제로]
2007년에 두문마을 낙화놀이가 복원되어 매년 마을에서 시연되고 있다. 또한 2008년부터는 무주 반딧불이 축제 때에도 시연되고 있다. 2009년에는 낙화놀이 보존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되었다.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낙화놀이를 전통적으로 음력 4월 8일에 하였지만 음력 3월 3일이나 음력 7월 7일 등 계절적 요인과 생업 주기에 따라 비교적 한가한 날에 실시하였다. 그리고 낙화놀이를 복원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하고 연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낙화봉을 제작할 때 촉매제로 소금을 사용하는 방식은 두문마을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두문마을 낙화놀이의 불꽃이 매우 화려하다. 소금의 폭발력은 공기의 흐름과 만나면서 극대화된다. 숯가루가 재가 될 때까지 타는 과정에서 불숯가루가 바람에 만나면 불꽃이 치솟는다. 이 치솟는 형상은 마치 불꽃이 춤을 추는 경관을 창출한다. 낙화놀이의 불꽃은 물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효과도 크다. 불꽃이 흩어져 날림으로서 물속에서도 불꽃놀이가 재현된다.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서당의 교육과 유희의 연계 문화로 이루어졌는데, 현재 단순히 서당 행사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마을 사람들이 다양하게 참여한다. 본래 살고 있는 주민과 귀농인, 노인과 청년을 연결시켜 주는 공동체를 구현하는 역할까지 한다.
이러한 특징을 기저로 한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마을을 넘어 지역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2017년 6월에는 무주 산골 영화제와 함께 낙화놀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두문마을 낙화놀이 추진 위원장인 서홍원의 열정은 마을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불꽃이 춤추는 두문마을에는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