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5010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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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祈雨祭 |
영어공식명칭 | Ritual for Rain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무주군 |
집필자 | 이상훈 |
[정의]
전라북도 무주 지역에서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올리는 제의.
[개설]
기우제(祈雨祭)는 비 오기를 기원하는 제사인데, 보통 마을에서는 ‘무제’, ‘무지’라고 부른다.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는 가뭄이 계속될 경우에 날을 정하여 기우제를 모셨다. 가뭄이 들게 되면 민심이 흉흉해지게 마련이다. 특히 옛날에는 수리 시설이 제대로 완비되지 않아 가뭄 피해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마을마다, 면·군 단위로, 국가적으로 기우제가 행하여졌다.
[기우제의 유형]
『적성지(赤城誌)』[1898] 기록에 의하면 기제단이 설치된 곳으로 향로봉과 대덕산이 있다. 그리고 기우제를 지내는 곳은 안성 용소, 적상 옥연동 두 곳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 농경 사회에서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한 해 농사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기우제를 모시는 않는 마을이 없었다.
1. 치성(致誠) 기우: 가장 보편적으로 행하여지는 기우제 형태이다. 천신(天神)이나 용신(龍神)에 제를 올림으로써 비 내리기를 기원했다.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굴천 마을에서는 특이하게 마을에 있는 돌탑에서 기우제를 모셨다. 돌탑에 용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주술(呪術) 기우: 이는 무주 지역에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기우 형태이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밤에 냇가에서 챙이[키]나 바가지를 가지고 물을 담아 뿌리면서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하는 행동이다. 또한 산 정상에 올라가 제를 지내고 생솔가지나 보릿대 등으로 불을 놓는다. 이때 연기가 나게 되는데, 이는 마치 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으로 인하여 비를 내려달라고 하는 주술적 행위이다. 이는 프레이저의 『황금의 가지(Golden bough)』에서 “유사(類似)는 유사를 낳는다. 혹은 결과는 원인과 유사하다.”라는 모방 주술(模倣呪術)과 같은 것이다.
3. 오염(汚染) 기우: 마을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나 용신이 살고 있는 소(沼)를 더럽히는 기우이다. 오염 기우는 말 그대로 마을에서 신성하다고 생각되는 공간에 불결한 짐승의 피를 뿌리거나 하면 천신이나 용신이 노하여 비를 내려 줄 것이라 믿는 기우이다. 오염 기우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신성한 장소, 즉 마을 뒷산의 바위나 소에 가축의 피를 뿌림으로써 오염시키는 방법이다. 둘째는 아주머니들이 날궂이 하는 경우이다. 셋째는 디딜방아 기우이다. 이는 가뭄이나 전염병이 돌 때 인접의 마을에서 디딜방아를 훔쳐다가 마을 입구에 거꾸로 세워 놓고 피를 묻힌 여자 속옷을 입혀 놓는다. 이렇게 흉측한 모습을 보면 천신이나 용신이 노하여 비를 내려 준다고 믿는다. 무주군 적상면 사산리 마산 마을의 경우 ‘간지절 골짜기’ 바위 밑 샘에서 돼지를 잡고 생피를 바위에 바르고 기우제를 모셨다. 또한 쇠말봉 위에서 짚이나 나무 섶을 마을에서 거두어 불을 피웠다. 또한 아주머니들은 ‘찬물내기내’에서 키를 가지고 개울물을 퍼서 까부는 행위를 하면서 기우했다.
4. 암장 발굴(暗葬發掘) 기우: 이는 가뭄이나 마을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마을의 명당이나 신성한 공간에 몰래 묘를 썼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면 비가 내린다고 믿는 형태이다. 어떤 마을이나 마을의 주산이나 당산이 있다. 이곳에 명당이 있으면 후손의 발복을 위해 밤에 몰래 암장하는 일이 있다. 그러면 마을에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 무덤을 파헤치면서 그 원인을 제거한다.
5. 위협(威脅) 기우: 이는 비를 관장한다고 생각하는 절대적 존재를 위협해서 비를 기원하는 기우 형태이다.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굴천 마을에서는 돌탑 속에 용이 있다고 믿는데, 아주머니들이 가물면 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시늉을 한다. 아는 용의 처소를 부수는 행위로 일종의 위협 기우이다. 이러한 사례는 충청남도 금산군 지역의 ‘농바우 끄시기’와 ‘대늪치기’ 등이 있다. 이 방법은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기우 형태라 할 수 있다.
6. 불사(佛事) 기우: 가뭄의 극복을 위해서 부처의 힘을 빌려 비를 오게 하고자 하는 형태이다. 특히 괘불을 걸어 놓고 기우를 한다.
[기우제의 목적과 세력권]
가뭄으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서 집단의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가뭄이 심하면 심할수록, 기간이 길면 길수록 집단 간에 내적으로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표출된다. 그래서 기우제는 자연 마을 단위가 아니라 면·군, 심지어 국가적으로 행하여졌다. 무주군 적상면 사산리 마산 마을 기우제 축문에서는 백성들에게 허물이 없고 책무를 가진 사람이 허물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국가적으로 가뭄이 들 때 임금은 부덕의 소치라 하여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임금부터 나서서 갈등이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해소할 목적으로 기우제는 행하여진다.
종교를 인간의 심리적 상태와 욕구와 관련지어서 해석하려는 입장은 말리놉스키(Malinowski)가 대표적이다. 그는 종교적 의례와 주술적 행위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의한 변화에 직면했을 때 갖게 되는 심리적 불안감과 긴장을 해소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우제는 보통 하지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행한다. 하지를 넘기면 그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을은 동요할 것이고, 잠재되었던 갈등이 폭발할 것이다.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기우제가 반드시 비를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마을 공동체적인 화합을 위해서 추진된다.
범위를 마을 단위로 좁혀 생각해 보자. 과거 농촌 사회에서는 육식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기우제 때 돼지, 염소, 닭 등 육식과 함께 술을 제공받고 풍물을 치면서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 아주머니들이 밤에 냇가에서 옷을 벗고 물싸움을 하는 것도 엄격성에서 벗어나 그동안에 쌓였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면·군 단위에서 중첩되게 기우제를 지내는 것 또한 지역민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흔히 마을에 교회나 공소가 있는 신자들이 많으면 산신제나 당산제가 행하여지기 어렵다. 하나의 미신이라 하여 배척한다. 그러나 기우제만큼은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한다. 기우제는 말 그대로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제의이면서 가뭄으로 인하여 쌓였던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정상적인 생활로 환원시키기 위한 제의 및 놀이였던 것이다.
산신제와 당산제는 마을에 따라서는 행하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우제는 모든 마을에서 행하여졌다. 그만큼 생존의 문제였고, 절박한 문제였다. 그런데 기우제는 마을 단독으로 행하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웃한 마을과 함께 행하기도 하고, 리·면·군 행정 단위로 행해지기도 하며, 심지어는 국가적으로도 행해졌다.
[제의(祭儀)의 형태]
기우제는 낮에 남자들에 의해 산 정상에서 모실 때 가축의 피를 뿌린다거나, 불을 피워 연기를 내는 행사가 이루어진다. 마을에서 기우제장으로 갈 때는 풍물을 치면서 간다. 이때 마을마다 깃발을 앞세우고 간다. 깃발을 서로 꽂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 마을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때 가축도 산 채로 끌고 간다. 보통 돼지, 염소, 닭 등이다. 또는 불을 피울 화목을 각 집마다 갹출하여 가져가기도 한다. 그러나 제의가 시작되면 엄숙해진다. 제의 모습은 산신제나 당산제와 거의 같다. 산 채로 끌고 간 가축을 목을 찔러 피를 바위에 뿌린다. 이 바위는 마을이나 지역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이다. 용바우, 무제 바위, 병풍바위, 감투봉 장태 바위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신성한 장소를 더럽히면 신이 노하여 비를 내려 이를 깨끗하게 씻어 준다고 믿는다. 가축의 머리를 땅에 파묻기도 한다. 생솔가지나 보릿대로 불을 피워 연기를 내는 것은 마치 연기가 구름처럼 몰려오는 것과 같이 연상하여 비가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 밤에는 여자들이 물가[沼]에서 제의를 행한다. 이때는 엄숙함보다 그야말로 날궂이를 한다. 챙이[키]나 바가지를 준비하여 마을에서 가까운 물가에서 물을 푸면서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한다든지 물싸움을 한다. 특이하게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굴천 마을은 돌탑에서 기우제를 지낸다. 모시는 방법은 여자들이 물싸움을 하면서 날궂이를 하듯이 돌탑 주위에 모여 온갖 장난을 하면서 즐긴다. 웃기고 놀라게 하고 소란스럽게 음주 가무를 하면서 지낸다.
[기우제의 소멸과 유지]
기우제는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제의였다. 농경 사회에서는 물이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중요했다.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만 하더라도 수리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그야말로 하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댐 건설, 저수지 축조, 지하수 개발 등으로 기우제는 거의 소멸되었다.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굴천 마을은 돌탑에 용이 머문다고 하여 지냈으며, 무주군 적상면 사산리 마산 마을에서 기우제 축문은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