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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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공식명칭 | Seasonal Custom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주기적으로 행하는 생활 풍속.
[개설]
세시 풍속은 음력으로 정월부터 섣달까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전하여 오는 주기 전승 의례(週期傳承儀禮)로 대체로 농경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세시 풍속의 기준이 되는 역법(曆法)은 음력이지만, 양력도 포함되어 있다. 태양력인 24절기는 자연의 변화에 농사일을 맞추는 데에 이용되었다. 세시 풍속은 일상적으로 해 왔던 일을 멈추고, 일상에 리듬감을 주며 힘을 비축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오늘날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행해지는 세시 풍속은 예로부터 전승되어 온 것도 있고,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고 현행되지 않는 것도 있다. 또한 크리스마스처럼 명절은 아니지만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이 세시 의례로 자리 잡아 가는 것도 있다. 해남 지역은 서남 해역과 접한 곳으로, 농촌과 어촌의 의례가 함께 나타나고 있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차츰 세시 의례가 간략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주요 세시 풍속]
[설]
음력 l월 1일은 설날로, 한 해의 첫째 날을 뜻한다. 새해의 첫 출발일로서 중요한 날이다. 설날을 맞이하고자 각 가정에서는 집 안 곳곳을 대청소하여 청결히 하고, 목욕재계를 하여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그리고 설날은 객지에 나간 가족들도 고향의 가족과 함께 지내려고 귀향한다. 설을 쇠고자 세찬, 세주, 설빔 등을 준비하여 차례, 성묘, 세배 등의 의례를 행한다. 지금은 거의 단절되었지만 주술적인 속신 행사로 삼재(三災)막기, 야광귀(夜光鬼)쫓기, 머리카락태우기, 복조리걸기, 날씨점, 토정비결 등을 행했다. 지금도 정초에 복조리를 사서 문지방 위에 걸어 두기도 하고, 토정비결을 보기도 한다. 특히 해남 어촌 지역에서는 차례를 올린 뒤 그때 장만한 음식을 가져가서 자기 집의 어선에 가서 차리고 배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정월 초 행사]
정월 초에는 무당이나 점쟁이에게 1년의 신수를 보아 좋지 않다고 하면 여러 가지 액막이를 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토정비결을 보아 삼재가 들었다고 하면 그 액을 막으려고 무당이나 절에서 부적을 얻어다 붙이기도 하고, 제웅[짚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또한 정월 초에는 12지일을 가리기도 한다. 쥐날에는 불을 환히 밝히면 쥐눈이 밝아져 곡식을 갉아먹는다고 하여 이날은 일을 하지 않고, 집 안의 불을 켜지도 않으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소날은 연장을 다루면 소가 다친다고 하여 절대 연장을 다루지 않는다. 말날은 장을 담그며 이날 장을 담지 못하면 따로 손 없는 날을 택해 담근다. 닭날은 남의 집에 여자들이 먼저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하여 여자들은 오후에만 움직인다. 뱀날은 뱀입춘을 붙이고 진대끗기를 행한다. 뱀입춘은 뱀이 무서워하는 글자를 쓴 부적을 집에 거꾸로 붙인 것이다. 진대끗기는 피마자 대를 꺾어서 왼새끼를 꼬아 길게 묶은 다음, 그것을 뱀이라 하여 “진대 끗자, 자룬[작은]대 끗자.”라는 소리를 하면서 마당 구석이나 집 안 구석구석을 끌고 다닌다. 이것이 끝나면 진대를 마을 밖 먼 곳으로 갖다 버리는데, 이는 뱀을 멀리 버렸다는 의미이다. 또 이날은 샘에 가서 물을 긷지 않는다. 이날 물을 길으면 여름에 뱀이 샘으로 들어간다고 여긴다.
[입춘]
입춘은 24절기의 하나로, 대개 2월 4일이다. 입춘날 각 가정에서는 대문과 기둥에 좋은 글귀를 써서 붙이기도 하는데, 이를 일컬어 춘축(春祝)이라고 한다. 입춘날 농가에서는 보리뿌리점을 보는데, 보리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보통,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여긴다. 그리고 바닷가에서는 입춘점이라 하여 입춘날에 바람이 불면 일 년 내내 바람이 많다고 하여 밭농사에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대보름]
대보름은 정월보름을 말한다.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와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행사가 주류를 이룬다. 해남에서는 이날 잠을 자지 않거나 집 안 곳곳에 불을 밝혀 두기도 하고, 배를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는 배의 선실과 기관실에 불을 환하게 밝혀 두기도 한다. 대보름을 쇠면서 가족들은 목욕재계를 하고 집 안 곳곳을 청소한다. 그리고 대보름 음식을 준비한다. 대보름 음식으로는 오곡밥, 약밥, 복쌈, 부럼, 묵은 나물, 귀밝이술, 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시절 음식은 오곡밥과 약밥이다. 대보름날의 제의적인 행사로서 차례, 유지지세우기, 배고사, 당산제, 산신제, 용왕제 등이 있다. 주술적인 속신 행사로는 까치밥주기, 논밭둑태우기, 해우쌈노적, 진대끗기, 잰부닥불놓기, 불넘기, 다리밟기, 더위팔기, 무먹기, 실공드리기, 복토훔치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해남 어촌 지역에서는 갯벌훔치기와 바다에 헌식하는 것을 행한다. 또 이날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의례인 당산제 및 풍어제를 지내 그해 마을의 안녕과 평안, 그리고 풍요와 풍어를 기원하였다.
[이월 초하루]
음력 2월 초하루를 ‘하리아드렛날’, ‘하리디랫날’이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옛날에는 명절로 여겨 차례를 지냈다고도 하지만, 오늘날은 관념적인 명절로만 생각할 뿐이다. 이날이 되면 산에서 칡을 캐다 먹기도 하고, 콩을 볶아 주머니에 담고 다니면서 먹기도 한다.
2월 초하루에 영등할머니가 내려왔다가 2월 10일에서 20일 사이에 올라간다고 한다. 따라서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날과 올라가는 날에 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를 모시기도 한다. 이날 비가 오는가 바람이 부는가를 봐서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삼월삼짇날]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이라고 한다. 이 무렵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 하여 ‘제비맞이’라는 풍속이 있었다. 또 이날 어떤 색의 나비를 먼저 보느냐에 따라 신수를 점쳐 보기도 했다.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를 먼저 보면 그해 신수가 좋고, 흰나비를 보면 상복(喪服)을 입는다고 여겼다. 옛날에는 이날 화전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즐겼다. 오늘날에는 이 화전놀이를 대신하여 부녀회를 중심으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봄 여행을 가는 곳이 많다.
[한식]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청명(淸明) 안팎에 든다. 대개 양력으로 4월 초순 무렵이다. 농가에서는 이날부터 농사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날 선산에 가서 성묘를 하기도 하고, 조상의 묘를 살피는 풍속이 전하고 있다.
[사월 초파일]
음력 4월 8일은 석가모니의 탄생일로 전해지며 욕불일(洛佛日)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날 민간에서는 초파일이라 하며, 각 가정에서 등을 만들어 연등 행사를 한다. 삼산면 구림리의 대흥사를 비롯한 각 절에서 연등 행사를 하고, 배를 가지고 있는 어촌에서는 저녁에 배에 등을 밝히고 복을 빈다. 간혹 연등을 밝히는 대신에 횃불을 켜기도 한다.
[단오]
음력 5월 5일은 일 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때이다. 주술적 속신 행사로 상추이슬바르기, 익모초즙먹기, 삐비[삘기]꽃뽑아두기, 인동초말리기 등을 행한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옷날 대흥사 일지암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차나무 잎을 뜯어 가볍게 데쳐 말린다.
[유두]
음력 6월 보름은 유두라고 한다. 유둣날에는 물맞이를 하면서 무병과 재액을 빌기도 하였다. 또 이날 장만한 음식을 논이나 밭가에 차려놓고 풍농을 기원하며 용신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농가에서 이날만큼은 논이나 밭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촌에서는 어장 잘되기를 빌고자 유두를 쇠고 바다에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복날]
복날은 절일은 아니지만 전하는 세시 풍속이 있다. 복날에는 ‘복달임’이라고 해서 부모에게 국수와 닭고기, 쇠고기를 대접하면서 여름을 무사히 넘기기를 축원하였다. 몸보신을 위해 개울가에서 개를 잡아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닭고기 등을 주로 많이 먹는다.
[칠석]
음력 7월 7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고 여기는 칠석이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나물과 떡, 그리고 정화수 등을 간단한 준비하여 장독대나 우물가에 제단을 만들어 올리고 칠성신에게 가족의 수복(壽福)을 빌었다. 혹은 절의 칠성당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하고, 단골[무당]을 찾아가 가족들의 수복을 빌기도 한다.
[백중]
음력 7월 보름은 백중으로, 농가에서는 이날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기도 한다. 이날은 농사일이 거의 끝나는 날이므로 ‘머슴날’이라 해서 머슴들이 쉰다. 백중 무렵은 논의 마지막 김매기가 끝나는 때이기에 한 해 농사를 짓느라 고생한 일꾼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여 수고로움에 보답한다.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은 백중날에 대흥사 계곡이나 약수터 혹은 해변을 찾아 물맞이를 하기도 했다.
[추석]
추석은 중추(中秋), 가윗날, 한가위라 부르는데, 객지에 나간 가족들이 귀향하여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추석을 쇠고자 집 안 곳곳을 청소하고,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마을 주변을 청소하기도 한다. 조상의 묘소를 둘러보며 벌초도 행한다. 추석의 대표적인 시절 음식으로 송편이 있다. 추석의 제의적인 행사로는 차례, 성묘, 올벼심리[올벼신미] 등을 들 수 있다. 올벼심리는 이른 나락을 베어다 쪄서 방아로 찧은 쌀로 밥을 해서 간단한 찬과 함께 조상에게 상을 차려 올리는 것을 말한다. 추석날 하기도 하지만, 따로 날을 잡아 행하기도 한다.
[중구]
음력 9월 9일은 중구 또는 중양절이라고 한다. 중구는 명절로 생각하기보다는 길일로 간주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간혹 간단한 상을 차려 올리는 집안도 있고, 개사초[무덤의 떼로 갈아입히는 것.]를 행하는 집안도 있다.
[시제]
음력 10월은 상달이라고 한다. 이때는 각 문중에서 시제를 많이 모시고 있다. 시제를 모시고 남은 음식은 싸서 자손들 집에 보내거나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다 대접하기도 한다.
[동지]
양력 12월 22일 무렵은 동짓날이다. 이날은 팥죽을 쑤어 조상에게 올리고, 대문이나 벽, 부엌, 담장 등에 뿌려 잡귀의 출입을 막기도 한다.
[섣달그믐]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날을 새기도 한다. 어른들은 설음식 준비를 하고, 아이들의 새옷을 장만하기도 한다. 또 이날 저녁 무렵에 설 차례상을 차려 놓는 집도 있다.
[윤달]
윤달은 정상적인 달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상시 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두려워했던 일들을 행한다. 집을 수리하거나 이사(移徙), 이장(移葬) 등을 행한다. 또는 수의(壽衣)를 만들어 두기도 하고, 관을 만들어 두는 사람들도 있다.
[세시 풍속의 변화]
해남 지역에서 행했던 세시 풍속에는 개인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나 행위들이 많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하면서 해남 지역에서 영위했던 세시 풍속도 점차 변모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세시 풍속은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큰 명절을 제외하고는 많이 사라진 대신에, 국경일이나 공휴일 등이 과거의 세시 풍속을 대신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등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을 공동체의 전통적인 세시 풍속 중에서 오늘날 일부 전승되고 있는 것도 있는데, 2018년 1월 기준으로 해남읍 송용리 산신제, 삼산면 매정마을 대보름제, 삼산면 상가마을 당산제, 화산면 해창마을 당산제, 화산면 평발마을 거리제, 화산면 구성마을 용왕제, 북평면 남창마을 당산제, 마산면 맹진마을 당산제, 황산면 징의 당산제, 황산면 관두 지신제, 황산면 관춘 거리제, 산이면 송천마을 목신제 등이 마을 단위 행사로 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