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02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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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方言 |
영어의미역 | Dialect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배영환 |
[정의]
충청북도 음성 지역이 독자적으로 갖는 언어 체계와 특이한 언어 현상.
[개설]
방언이란 기원적으로 균질적인 한 언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역적·사회적으로 분화되어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일으킨 형태를 말한다. 한편으로는 특정 언어 집단에서 쓰이면서 다른 언어 집단의 언어 체계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 한 언어의 변종(變種)이자 변이체(變異體)를 일컫기도 한다.
이 중에서 특정 지역의 언어 모습을 대상으로 삼았을 경우에는 지역 방언이 되고, 특정 사회 계층의 언어 모습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사회 방언이 되는데 이들은 각각 음성·음운·문법·어휘의 체계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방언은 해당 언어나 상위 방언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성과 해당 언어에만 나타나는 특수성이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 방언으로서의 음성 방언은 이 지역이 충청북도의 중북부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대체로 중부 방언적인 보편적인 특징을 가지면서도 이 지역어가 갖는 개별적인 특수성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음운]
서울 지역어를 비롯한 중부방언은 일반적으로 10모음 체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성 지역어는 대체적으로 ‘이’·‘에’·‘애’·‘으’·‘어’·‘아’·‘우’·‘오’ 등 8모음 체계로 볼 수 있다. 표준 발음의 ‘외’와 ‘위’는 각각 ‘웨[we]’와 ‘[wi]’, 또는 ‘이’로 발음되는 경향이 강하다. 단모음으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에도 원순성이 매우 약해 평순모음에 가깝게 발음된다.
운율적 요소 가운데는 음장과 억양이 인정된다. 즉, 소리의 길이에 따라 단어의 뜻이 구별되는데, ‘눈[眼]’과 ‘눈:[雪]’, ‘시다[酸]’와 ‘시:다[算]’ 등은 장단에 따라 의미가 구별되는 경우이다. 억양 중에는 문말 억양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종결어미 ‘-유’는 상승조로 쓰이면 의문문이 되고 평탄조나 하강조일 때는 청유문과 평서문이 된다.
음성 방언은 표준어와 비교할 때 고모음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어:’의 ‘으:’화가 매우 활발함을 볼 수 있는데, ‘으:른(어른)’, ‘즘:심(점심)’ ‘흥:겁(헝겁)’ ‘드:럽다(더럽다)’ 등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이중모음 ‘여:’도 고모음화 현상에 따라 ‘:’로 실현되어 ‘:감(영감)’, ‘:부(여부)’ 등으로 나타난다.
또, 어두의 장음 ‘에:’도’ ‘이:’로 고음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외에도 ‘여’가 ‘에’로 단모음화를 겪고 다시 ‘이:’로 실현되는 ‘지:사(제:사)’, ‘지:가(제:가)’ 등의 예도 있다. 또, 순자음 아래에서는 이중모음이 단모음으로 실현되는 경향이 강해, ‘메누리(며느리)’, ‘벼락(베락)’, ‘뻬족하다(뾰족하다)’, ‘포시하다(표시하다)’ 등의 어형이 있다.
‘ㄷ’구개음화 현상 역시 이 방언에서는 ‘가치(같이)’, ‘구지(굳이)’, ‘미다지(미닫이)’ 등과 같이 한 단어 내에서는 왕성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형태소 경계에서는 ‘솥’, ‘밭’ 등이 ‘소시’, ‘바시’ 등으로 실현되어 구개음화의 환경에서 벗어나 있다. 또, ‘ㅎ’, ‘ㄱ’의 구개음화 현상은 제1음절에서 이루어지는데, ‘ㄱ’구개음화는 ‘지둥(기둥)’, ‘지름(기름)’, ‘지지개(기지개)’ ‘전디다(견디다)’ 등에서와 같이 폭넓게 확인된다.
이와는 달리 ‘기스레미(지느러미)’처럼 본래 ‘ㅈ‘인데 실제로 ‘ㄱ’으로 나타나 일종의 과도교정 현상도 보인다. ‘ㅎ’구개음화는 ‘심(힘)’, ‘숭내(흉내)’, ‘쎄빠닥(혓바닥)’ 등에서와 같이 실현되기도 하지만 단어에 따라 ‘형님, 효자’ 등과 같이 실현되지 않은 어형도 공존한다.
움라우트 현상은 단어 내부나 형태소 경계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실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떼기(떡-이)’, ‘뱅이(방-이)’,‘뱁이(밥-이)’, ‘디리다(드리다)’에서 움라우트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국이(국-이)’나 다리미’ 등은 움라우트가 실현되지 않는다.
음성 방언의 특징 중 하나는 어간 말음이 평음으로 단순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즉, 어간 말음이 ‘ㅈ’, ‘ㅊ’, ‘ㅋ’, ‘ㅌ’, ‘ㅍ’인 어형들은 그 말음을 평음으로 바꿔 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젖’의 경우, ‘저시’, ‘저설’, ‘저세’와 같이 ‘젓’으로 재구조화하였고, ‘숯’도 ‘수시’, ‘수설’과 같이 ‘숫’으로 재구조화되었다.
또, 표준어의 ‘부엌’은 ‘부어기(붜기)’, ‘부어게(붜게)’ 등으로 나타나 ‘부억(붝)’으로 변화되었다. 이와 같은 양상은 ‘무릎’이 ‘무룹’으로 ‘팥’이나 ‘솥’도 각각 ‘팟’과 ‘솟’으로 변화한 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밭’은 ‘바시’, ‘바설’, ‘바테’처럼 조사 ‘-에’ 앞에서만 말음 ‘ㅌ’이 실현되고 그 외의 환경에서는 ‘ㅅ’으로 실현되는 특징을 가졌다.
어간 말음이 겹자음인 경우도 표준어와는 차이가 있다. 표준어의 ‘닭’, ‘흙’ 등이 ‘닥’과 ‘흑’으로 실현되어 결과적으로 어간 말음이 단순화되었다. 이와는 달리 표준어의 ‘가을’과 ‘겨울’의 경우는 오히려 ‘가을게’, ‘겨울게’처럼 ‘가읅’과 ‘겨욹’과 같이 겹자음으로 실현되는 특징을 가졌다.
[문법]
한국어에는 체언에 결합되어 체언의 문법적 기능이나 의미적 기능을 나타내는 조사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격조사와 의미적 기능을 나타내는 보조조사가 있는데 음성 방언의 조사 중에는 ‘-언/넌(-은/는)’, ‘-얼/럴(-을/를)’ 등과 같이 일부의 ‘으’가 ‘어’로 실현된다. 복수접미사도 표준어의 ‘-들’에 해당되는 어형으로 ‘-덜’이 쓰인다.
또, 고모음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으로’의 경우는 ‘-이루’로 나타나고 ‘-도’는 ‘-두’로 실현된다. 또 연결어미 ‘-고’는 ‘먹구’와 같이 ‘-구’로 실현된다. 특이한 것은 ‘가지다’ 동사에 ‘-구’가 결합되면 ‘가주 가’와 같이 ‘-우’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 표준어 ‘-마다’에 해당되는 형태로는 ‘마두’로, ‘-부터’에 해당하는 어형은 ‘버텀’으로 실현된다.
한국어의 가장 특징적 현상 중의 하나가 경어법의 발달이다. 경어법 중에는 청자를 얼마나 대우해 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경어법이 있는데 이는 문장의 종결어미에 의하여 구분된다. 음성 지역의 상대경어법은 대체로 낮춤과 높임으로 구분된다. 낮춤의 경우는 ‘해라체, 해체, 하게체’로 구분될 수 있으며, 높임은 ‘하오체, 해요체 합쇼체’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높임법은 ‘해요체’가 대표적인데 ‘안저유’ 또는 ‘앉으세유’처럼 ‘해유’로 실현되고, 낮춤법은 ‘해체’가 가장 일반적이어서 ‘앉어’로 실현된다. 한편, 청유형의 경우에는 ‘해요’체의 경우에 ‘-유’ 앞에 ‘-지-’가 삽입되어 ‘가유’나 ‘가시쥬’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방언에는 어간말음이 ‘애’인 어형에 해체의 종결어미 ‘-아/어’가 결합될 경우 ‘야’로 나타난다. ‘(이거)쭘 햐’, ‘이불 갸(개)’에서나 표준어의 ‘한다고 해’에 해당되는 구성이 ‘한댜’로 나타난다든지, ‘그래’가 ‘그랴’ 등에서 이러한 특징을 볼 수 있다.
이 외에 몇몇 어미의 경우에는 재구조화가 일어나 독특하게 실현된다. 표준어의 어미 ‘-어야’가 ‘-으야’로 나타나 ‘잡으야 돼, 먹으야 뒤야‘로 나타난다. 그리고 청유형 어미에서 ‘ㄹ까‘가 ‘-ㄹ게’가 ‘하까’나 ‘하께’처럼 ‘ㄹ’이 탈락되어 나타난다.
[어휘]
방언 중에서 가장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개별 어형들이다. 하나의 어형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 지역어에서 보이는 어형들도 다른 지역어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어형들도 있다.
음성 방언의 특징적인 어형들로는 ‘소도방(솥두껑)’·‘고쿠락(아궁이)’·‘고도래미(고드름)’·‘머리타락(머리카락)’·‘뒤껕(뒤꼍)’·‘소래기(장독 뚜껑)’·‘가름바(가르마)’·‘떨꾸기(딸꾹질)’·‘찌껑찌겅(곤지곤지)’·‘꼬누꼬누(섬마섬마)’·‘엉구락(엄살)’·‘통구바리(고꼽질)’·‘그누(그네)’·‘새닥(새댁)’·‘기시레미(지느러미)’·‘그이(게)’·‘항가치(방아깨비)’·‘엿장사(소금쟁이)’·‘땡삐(땅벌)’·‘가찹다(가깝다)’·‘구녕(구멍)’·‘상구(줄곧)’·‘마실가다(마을가다)’ 등이 있다.
[의의와 평가]
음성군은 국토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북쪽과 서북쪽은 경기도 이천시와 안성시, 동쪽으로는 충주시, 남쪽으로는 괴산군과 서쪽으로는 진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 중 삼성면이나 생극면, 감곡면 등과 같이 경기도와 인접한 지역은 접촉 방언적 성격이 강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역적 편차가 크지 않다.
이 지역은 충북 방언을 북부 방언·남부 방언·중부 방언으로 나누었을 때, 중부 방언에 해당되어 청주나 청원 방언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음성군은 본래 역사적으로 마한 지역이었지만 충주와 경계 지역은 고구려의 영향이 큰 바, 고구려어적인 요소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옛 지명 중 잉홀이라는 명칭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한국어가 기원적으로 한계어(韓系語)와 부여계어(夫餘系語)로 나뉜다면, 음성 지역어는 두 언어가 교차한 분수(噴水) 지역 방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