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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동지를 하면 어린애들이 죽는댜(세시풍속)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A020400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황경수, 박종호

갑산리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할머니들이 여담을 즐기고 있는 곳을 찾아갔다. 세시풍속을 매우 잘 알거라고 판단하여 “할머니, 설날에는 어떤 음식을 해 드셨어요?”

짧은 물음에 할머니들은 서로 앞다투어 음식의 명칭부터 만드는 방법까지 마치 손녀딸에게 설명하듯 술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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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

“설날에 흰떡 빼서 떡국 해 먹고, 부꾸니, 수수 부꾸니, 찹쌀 부꾸니 해먹고…….”라는 말로 시작하였지만 설날에 해 먹는 음식은 매우 많다.

갑산리의 설날음식은 다른 곳과 비슷해 보이지만 ‘갈랍’이라는 음식이 독특했다. 북어(포), 약과, 산적, 대추, 밤, 배, 사과, 산적(소고기, 돼지고기), 북어부침, 꼬치부침, 숙주나물, 시금치나물, 도라지나물, 가지나 무나물 등을 사용한다. 특히 갈랍을 만든다고 하며 한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는 갑산리만의 특별한 음식이었다. 갈랍은 ‘생선이나 고기, 채소 따위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을 한 뒤,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 전과 비슷한 음식이다. 갑산리에서는 갈랍을 만들 때 ‘소갈랍’과 ‘육갈랍’으로 나눠서 만든다. 소갈랍은 북어, 멸치와 밀가루를 섞어서 만들고, 육갈랍은 고기와 밀가루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다.

감, 밤, 대추, 곶감, 사과, 배 등속은 꼭 올리는 음식이다. 그러나 잡채는 친척들이 모여 먹으려고 만들기는 하지만 예로부터 제사상에는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강정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고 하며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 해 주었다. 강정을 만드는 방법은 찹쌀을 빻아서 기름에 일군다음 하얗게 튀밥을 튀셔서 묻히면 강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다식판이 집집마다 있어서 다식도 만들어 먹었다고 하였다.

이처럼 설날은 여자들이 음식을 하느라 매우 바쁜 날을 보낸다. 요즘에는 거의 설 전날 음식을 다 하거나 사서 준비한다. 그러나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섣달 보름에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여자들은 밖에 나갈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섣달그믐에 여자들에게서 다듬이 소리가 들리고 베틀을 짜서 설빔을 직접 만들어서 가족들을 주었다고 한다. 설빔은 버선, 토시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집안 어른들과 마을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는 일이다. 요즘에는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나 옛날 어르신들은 덕담으로 이를 대신하였다고 한다. 어르신들께 주로 어떤 덕담을 해 주었는지를 여쭤 보니 “건강하거라.”, “하는 일 모두 잘 되어라.”등과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덕담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세배를 마치고 어른,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가장 즐기는 놀이는 연날리기와 윷놀이일 것이다. 특히 연날리기를 할 때는 연을 높이 날리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연을 높이 띄우다가 실을 끊어 날려 보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이유는 한 해의 액운을 다 연에 실어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또 이와 유사한 행위로 영등을 띄우는데, 커다랗게 종이로 만든 영등을 실에 매어 띄워 액운을 멀리 보내고 행운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행사이다.

설날이 지나고 1월 1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이 날은 전날부터 매우 분주하다. 정월 대보름 전날에는 ‘귀신 달구는 날’이라 하여 집 앞에 체를 걸어 놓고, 가족들의 신발을 모두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밤에 귀신이 와서 만약 신발이 뒤집어져 있지 않으면 그것을 신고 도망을 가기 때문이다. 도망을 가는데 그치지 않고 도망을 가면 그 신발의 주인이 죽는다고 하여 신발을 뒤집어 놓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체를 걸어 놓는 이유에 대해서 여쭤보니, “체의 구멍을 세다가 닭이 울면 귀신이 도망을 가니 그렇지.” 하며 어린아이처럼 재미있어 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이 날은 집집마다 고추씨, 왕겨 등을 태워 귀신이 집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날이 오기 전에 했던 귀신 쫓기 행동에 대해 “옛날에는 병원도 없고 약도 없어서 사람이 많이 죽었어. 그래서 다 귀신이 데려간다고 해서 이렇게 귀신을 쫓은 거야.”라고 말을 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현대의학이 많이 발달해서 옛날의 재미있는 풍습들을 미신이라고 져버리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또 정월 대보름 전날 하는 일 중에 한 해의 농사가 얼마나 풍년이 들 것인가를 점쳐보는 ‘수수깽이 점’이 있었다. 수수깡을 꺾어서 보리, 스슥(조) 등의 갖은 곡식의 모형을 만들어서 밭가나 집 주변에 꽂아 놓는 것이다. 그랬다가 보름날 아침이 되면 그것을 타작하는 시늉을 하면서 “보리가 몇 섬이요, 쌀이 몇 섬이요.”라고 외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 해 농사가 대풍을 이루길 바랐던 재미있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부럼’을 깨문다. 부럼을 깨무는 것은 딱딱한 땅콩, 호두 같은 것을 깨무는 것이다. 그냥 깨무는 것이 아니라 깨물 때 소리가 크게 나면 날수록 한 해가 무탈하게 지나간다는 말이 있었다. 또, ‘귀밝이술’을 먹는다. 이는 귀를 밝게 해주는 술이라고 하여, 부스럼과 함께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꼭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 단위로 윷놀이를 대대적으로 한다. 그것을 일명 ‘척사대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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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사대회

갑산리 또한 동역정자안에서 ‘척사대회’를 한다. 주로 정월 대보름날 마을 잔치 격으로 윷놀이를 하는 것이다. 상품을 미리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여 윷놀이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도시에는 없는 이러한 풍습이 아직 시골에는 남아 있기 때문에 정겨움이라는 말이 해당되는 것인지 모른다.

정월 대보름날은 그 명칭에 걸맞게 달이 가장 둥글고 밝게 비추는 날이다. 사물놀이를 즐겨 했던 갑산리는 ‘달맞이’를 아주 크게 했다고 한다. 정산말 뒤편에 높이 솟아 있는 ‘깎은등이’에 마을 사람들이 풍물을 치며 올라가 달맞이를 하고 한 해의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 논이나 광장에 모여 마을 사람들이 장작을 크게 피워놓고 ‘쥐불놀이’를 했다. ‘쥐불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데 모여 한 해의 액운을 멀리 보내고, 재미삼아 고구마 등을 구워 먹으며 달 밝은 정월 대보름의 밤을 새웠다고 한다.

2월에는 할머니들이 했었던 재미있는 풍습을 이야기 해 주었는데 바로 ‘나이 떡’을 해 먹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 떡에 대해서 “숟갈로 나이대로 쌀을 떠서 그래서 떡을 해서 먹었어. 옛날에는 영등 할머니가 이월 초하룻날 내려 오시면은 이월 스무날 다 올라간대, 그래서 이월 달에는 나이 떡도 해먹고 그리 해먹어요.” 이렇게 영등 할미가 무서워 나이 떡을 해먹고 2월을 보내었으며, 3월에는 특별한 세시풍속을 지내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4월에는 ‘초파일’이라고 하여 주로 불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절에 가서 등을 키는 날이라고 한다. 등을 키는 행위는 가족들이 편안하게 한 해를 보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식구 중에서 조금 나쁜 운이 끼어 있으면 조금 더 좋은 등을 키기도 하여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라고 한다.

5월 ‘단오’에는 마을 사람들이 매우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주로 탑골마을 앞에 있는 느티나무에 어른들이 그네를 매 주면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그네를 뛰었다. 그리고 들에 가서 창포를 뜯어다가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왜 창포로 머리를 감으신 거예요?”라는 물음에 할머니들은 “그냥 옛날부터 창포로 머리를 감으면 좋다고 해서 감은 거지.”라고 말하며 새색시처럼 웃었다. 또 약쑥을 뜯어다가 밤이슬을 맞혀서 약을 해 먹었다. 약쑥을 비벼서 말린 다음 몸에 바르기도 하고 뜸을 떠서 건강에 유용한 약으로 썼다고 한다.

6월에는 ‘유두날’이 있다. 유두날에는 유두차례를 지내는데, 보통 때는 안지내지만 집안에 돌아가신 사람들이 있으면 유두차례를 지내는 것이다. 차례를 지낼 때는 특별히 국수와 참외를 놓고 지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확히 어른들도 모르고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을 따르는 것이라 한다.

7월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이 있다. 그리고 할머니들께 7월에 하는 일에 대해서 여쭤보니 “7월에는 ‘백중날’이 있어.”라고 말해 주었다.

“옛날에는 양반과 쌍놈이 있어서 백중날이면 ‘머슴날’이라고 했어. 일꾼들이 노는 날이고, 그날 중의적삼을 새로 주인이 해서 멍석을 쭉 피라고 하고 거기다가 냅따 던져줘, 그럼 일꾼들이 새 중의적삼을 가지고 가서 입어. 옛날에 그렇게 하는 거 봤지.”

이처럼 백중날은 집안에서 일하던 머슴들이 일종의 휴가를 얻어서 새로 옷도 주고, 음식도 해서 잔치를 해 주는 날이었다고 한다. 이 때가 백중날이 되는 이유는 보통 이 시기가 되면 농사일이 어느 정도 끝나기 때문에 여름이 시작될 무렵을 백중날로 정하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8월에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있다. 이 날은 요즘과 마찬가지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냈고, 팥으로 고물을 해서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할머니께 추석의 대표적인 놀이인 강강술래에 대해 여쭤 보았다.

“돌아다니면서 머리 꼬랭이를 기다랗게 늘이고서 강강술래를 했지.”

역시 예부터 우리 어르신들이 즐겨 하던 강강술래는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놀이였다.

보통 9월이나 10월에는 특별히 지냈던 세시풍속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12월에는 동지가 있는데 주로 팥죽을 해서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특히 귀신이 빨간색을 무서워 한다는 옛말 때문에 동지 때 팥죽을 만들면, 문지방 등에 팥죽을 다 발라 놓기도 하여 귀신을 쫓기도 하였다고 한다. 정산말 마을회관에 있던 안옥님 할머니(84세)께 동지에 대해서 여쭤보니 “동지 때 팥죽에 수제비 해놓고 먹었지. 애동지, 중동지, 늦동지가 있어. 예를 들어서 동지가 초사흗날 들었다 그럼 아무것도 안 해먹어. 보름께쯤 스무날쯤 들었다 하면 팥죽 해먹어. 애동지를 하면 으런들 말씀이 어린 애들이 죽는댜. 옛날에는 약이 없자너 병원이 없고. 지금도 안 해 먹어. 그 습관이 있어서.”

할머니는 동짓날에 관해 아이들이 죽는다는 풍습 때문에 동지를 해 먹는 날짜에 따라서 팥죽을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했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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