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촌리는 칠원윤씨 세거지로 문촌4리를 찾아가 칠원윤씨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을회관을 찾아갔다. 할아버지들은 ‘마당 넓은 집’을 찾아가면 윤희 할아버지(81세)가 살고 있는데, 그 집에 가서 물어보면 잘 알거라고 하며 집을 가르쳐 주었다. 할아버지들께서 알려주신 길을 찾아 가 보니, 복숭아밭들을 배경으로 마당이 넓은 집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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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할아버지 댁

윤희 할아버지는 칠원윤씨의 12대 손으로 마을에 칠원윤씨 인척 분들과 함께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고 한다. ‘칠원윤씨’라는 처음 들어보는 성씨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할아버지께 문중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여기 이런 거 말하면 되나?”하며 발을 걷었다. 발을 걷자 한눈에도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낸 책들이 여러 권씩 묶여 있었다. 책은 50여 권 정도이며,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줄로 묶음을 이루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손바닥 만한 작은 책을 먼저 보여 주며 예전부터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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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주추배기 윤희할아버지 소장 고서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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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주추배기 윤희할아버지 소장 고서124

“이런 거 맞아? 이거도 옛날 책이긴 한데.”

“네, 맞아요. 저희가 이거를 좀 찍어가도 될까요?”

“모, 이런 걸 찍어. 근데 이런 거를 내가 누구한테 빌려줬다가 잃어버렸어. 여기 있는 학생들은 안 그러겠지만......”

“빌려가지 않고 여기서만 찍을게요. 찍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려, 알았어. 그럼 이걸 하나하나 다 풀어줘야 하나? 이거 꾀 많은데”라고 이야기하며 책을 꺼내 하나씩 보여주었다.

“여기 있는 책들은 거의 우리 할아버지 때 만들어진 책들이야. 우리 할아버지가 ‘윤정학’이라고 과거 시험 있지? 과거시험. 거기에 마지막으로 합격했어. 그 과거 시험 마지막이 돼서 없어졌어.”

윤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윤정학으로 과거 시험이 없어지는 해에 시험에 합격하였으며 현재 그 시험지를 보관하고 있다고 하였다. 윤정학의 호는 ‘일화’라고 하며 성리학에 관한 내용이 담긴 『일화집』이라는 윤정학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책도 있다고 하였다.

“할아버지께서는 윤정학 할아버지를 보신 적이 있으세요? 한복입고, 상투 틀고 그런 모습도 보셨어요?”

“그럼 봤지. 영정사진 있는데 보여줘? 이게 영정사진이야.” 하며 거실 한편에 파란색 비단 천으로 덮여 있는 큰 액자를 보여 주었다. 영정 속 윤정학 할아버지는 한복을 입고 두건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상반신까지만 그려져 있는 사진이었다.

윤희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고서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책은 한문으로 적혀 있어서 많이 어려웠지만 그 때 배워서 그런지 한문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하였다. 또한 『일화집』이라는 책이 두 묶음이었는데 윤희할아버지의 아버지께서 너무 오래되었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만든 것이라고 한다.

50여 권이 되는 책을 꺼내 사진을 찍고 처음 발을 올렸을 때처럼 책을 묶어 넣어 두었다. 책이 있던 책장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책만큼이나 오래된 듯 해 보였다.

“이것도 윤정학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거예요?”

“그럼 그 때 만들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 거지.”

“아, 여기 안에는 뭐가 있어요?”

“여기? 여기도 보여줘? 이거 이거 꺼내기 어려운데”

“사진만 찍고 넣어두면 안될까요?”

“여기는 과거시험 봤던 시험지랑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이 쓴, 머머 그런 것들이야. 이건 나중에 봐. 나중에 또 온다며? 그 때 보자고.”

윤희 할아버지께서 보여 주신 많은 자료를 뿌듯해 하며 다음에 찾아오면 보여 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윤희 할아버지께 이것 저것 여쭈어 보니 할아버지께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칠원윤씨 12대 손이며, 주추배기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지는 중학교까지 마을에서 다니다가 고등학교는 충주에서 대학교는 서울에서 다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동국대학교 법대를 다녔는데 전공을 살리지 않고 수학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말에 마을로 들어와 수학선생님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가 오갑초등학교 건립할 적에 공이 있어. 그래서 학교 앞에 보면 비석이 서있어. 그래서 오갑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특채로 나를 뽑아서 선생님이 된 거야. 그러다가 매괴상업고등학교에 가서 한 거고.”

칠원윤씨의 이야기와 윤희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교단에 서기까지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음에 찾아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을 약속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2007. 2. 19.)에 윤희 할아버지(81세) 댁을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건넌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었다. 8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할아버지만의 젊게 사는 비법이 아닌가 싶었다. 지난번에 찾아와서 여쭤 보았던 것을 조금 더 보충하였다.

칠원윤씨의 시조는 경상도 함안에 있으며 신라 때 태자의 스승인 태사공이 ‘칠원’이라는 시호를 임금한테 받아 칠원윤씨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칠원윤씨는 경상남도에서 지내다가 18대 조가 여주로 와 현재 문촌리마을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럼, 여주로 오신 분이 중시조 분되시는 거예요?”

“그렇지, 중시조. 거기서 18대부터 12대가 여주에 살다가 낭장공을 했어. 낭장이라는 무관 벼슬을 한거야. 또 다른 병조참판을 하신 분, 덕촌군수 하신 분 산소가 있어. 여주에. 그러다가 문촌리가 풍치가 좋았던 건지 문촌리에 11대가 와서 자리를 잡게 된 거지.”

칠원윤씨는 11대에 두 형제가 문촌리에 가장 먼저 들어와 살았는데 처음에 마을은 허허벌판으로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칠원윤씨가 자리를 잡고 평산신씨, 전주이씨 등이 마을로 차츰차츰 들어와 마을이 커졌다고 한다.

윤희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윤병일로 오갑초등학교가 생길 당시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6·25 전쟁이 나기 직전까지 아낌없이 후원을 하다 전쟁 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오갑초등학교 기성회장을 하셨어. 창건하신 분이야. 그 학교 앞에 가면 비석 있으니까 찍어가지고 가. 초대, 2대, 3대 회장이 있어. 그 때 912평의 땅을 내어 놓아서 학교 부지가 되었지.”

“땅만 있으면 학교를 지을 수 있었나 봐요?”

“땅을 내어 주니까, 부지만 확보되면 조그맣게 지어졌어. 초창기의 학교는 머머 움막집이었지. 그러다 왜동 난에 없어졌다가 다시 바탕이 있으니까 그 주위에 지은 거야. 내가 알기로는 6·25 때까지 후원을 하셨어.”

“그럼 그 때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여기는 밭농사 지셨지. 그때는 담배를 많이 했지 엽연초. 그러다가 엽연 초조합장 하시고. 6·25동란 이후 돌아가셨어.”

“그럼 그때 연세가 어떻게 되신 거예요?”

“우리 아버지? 그때가 아마 43세였을 꺼야.”

우리는 윤희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 속에서 칠원윤씨 문중이 문촌리에 와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중 어르신들과 관련된 고서와 과거시험지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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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알아버지 주추배기 고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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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알아버지 주추배기 고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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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알아버지 주추배기 고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