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B020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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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황경수, 고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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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이야기
늘거리마을 에서 음력 정월 2일에 지내는 바위배기 동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간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할머니들을 만났다. 동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할머니들께서 살아오신 삶의 지혜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다. 특히, 아기를 낳아서 키운 우리네 어머니들이기 때문에 예전의 산속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먼저 “할머니 옛날에도 아기를 낳으면 탯줄을 잘랐나요? 요즘은 보관하기도 한다던데... 할머니는 어떻게 하셨어요?” 하고 물으니 할머니께서는 “뭘 그런 걸 다 묻고 그래? 호호.” 하면서 잠시 생각을 하곤 옛날의 탯줄처리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성격이 화통하셔서 이야기를 시원시원하게 잘 하시는 백금애 할머니(61세)께 먼저 질문을 했다.
“애기가 태어나면 탯줄이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하나요?”라는 물음에 할머니는 마치 당시의 일을 직접 보고 있기라도 하듯 생생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탯줄은 실로 동동 묶어서 떨어지면 배냇저고리에 싸서 보관하기도 하고, 또 한 곳에 모아 두기도 하였으며, 어떤 사람은 태워 버리기도 해.”
“태우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태웠을 경우에는 마을의 아픈 사람들이 훔쳐 갈까봐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아, 모아두면 어디다 모아 두는 거예요?”
“항아리에 넣어서 땅 밑에 묻었는데 탯줄이 썩으면 물이 되그덩, 그 물을 본인이 폐병이나 병에 걸렸을 때 먹으면 좋다고. 지금도 병에 걸리면 먹을 수 있게 탯줄을 보관하잖아. 그런 거 보면 과거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라고 하는 할머니의 말처럼 탯줄을 약으로도 사용하던 조상들의 지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탯줄 처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늘거리 마을에서 본 것이 아니라 친정동네에서 봤던 것이라고 한다. 예전의 탯줄도 요즘의 태반주사와 같이 피부도 고와지고 젊음을 되찾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또한 예전에는 연병이라는 돌림병이 있었는데 태반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여 태를 태울 때까지 지켜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다 하는 거예요?”
“아니야. 없는 집은 그냥 갔다가 버리고, 그냥 버리고 이랬는데, 양반. 있게 사는 집은 태워도 주고 담아 두기도 해.”
“담아 두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항아리에다가 담아서 손 없는 날, 이를테면 보름이나 그믐 때. 열두 달을 그걸 따져서 손이 없는 쪽에, 동서남북에도 손이 있다 했어. 그걸 따져서 손 없는 날, 없는 쪽에 그걸 해야지 잘 삭는데, 그랬다가 큰 병에 걸리면 항아리를 꺼내서 멕이면 낫는 다는 거야.”라고 하며 탯줄을 항아리에 보관하여 약으로 사용했던 방법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일반적으로 탯줄을 태우거나 땅에 묻는 것과는 달리 특이하고 존귀하게 탯줄을 보관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놀라웠다.
“여기 늘거리에도 이런 풍습이 있어요?”
“여기는 그런 풍습이 없더라고. 동네마다 다른 가 봐요. 낭중에 여기 있는 분한테 물어보니까. 나는 친정에서 본거야. 거기는 있는 사람들은 깨끗한 새 항아리에를 손 없는 쪽에다가 둬, 태반을. 땅을 깊이 묻고, 나무 밑에 하던지. 모퉁이에 하던지. 해서 나만 알 수 있는데다가. 그랬다가 나중에 파내서 쓸 수 있게끔 하더라고.”
“할머니는 어떻게 하셨어요?”
“나? 얼라 낳아서 태웠어. 칠남매를 낳았는데. 여기는 다 태우더라고.”
“친정에서 하신 것처럼 하지 그러셨어요?”
“본인이 안태우고 시어머니가 다 상관하시잖아. 그리고 삼짇날 지나면 삼칠일은 21일, 산모가 일어나면 태는 없어야 하는 것이야.”
“산모가 일어나기 전에 태가 없어야 하는 거예요?”
“그럼, 금방 없애는 사람도 있고. 7일 만에 없애는 사람도 있고, 3일 만에 없애는 사람도 있고. 각자가 다르더라고. 자기네들 방식이 있는지. 자기 나름대로 하더라고.”라고 하며 친정동네와 늘거리마을이 다르다는 것까지 이야기 해 주었다. 탯줄에 관하여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신 할머니께 또한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을 치는 풍습에 대해서도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 애기를 낳으면 금줄도 치잖아요. 그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치, 아들을 낳았을 경우는 금줄에 고추를 매달아 놓았고, 딸을 낳았을 경우에는 금줄에 솔잎을 묶어 놓지. 그리고 금줄에 짚신이나 고무신을 매달아 놓을 때도 있어. 언제인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언제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때는 소가 송아지를 낳았을 때야. 사람은 20일 동안 금줄을 치고 송아지는 3일을 걸고 그렇게 다르지.”
동물이 새끼를 낳았을 때도 금줄을 친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니, 옛날의 어르신들은 집에서 키우고 농사에 큰 역할을 했었던 소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