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E0206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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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영숙, 조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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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꿇어앉혀도 우리 할머니 고집은 못 꿇어앉힌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박순자 할머니가 “마당에서 구르신 건 왜 얘기 안 햐?”하고 갑자기 떠오르신 듯 이야기를 꺼냈다. 누가 마당에서 굴렀던 건지 물어보자, 강정순 할머니가 “아이코. 그러니깐 얘기하면 끝이 없다니깐.”하며 다시 긴긴 시집살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네 집안에 어른들이 뭐라 하냐면 ‘나라를 꿇어앉히지, 우리 할머니 고집은 못 꿇어앉힌다는 겨.’ 무서워가지고. 연휴 때 중풍 안 나서도 밥을 끓여드리면 상 갖다놓고 잡술만한 거, 김치도 다 제쳐놓고 밥숟가락 위에, 반찬 같은 거 다 뼈 발라서 드리고. 그 밥을 다 잡숩고 나서 상을 쭉 밀고 ‘너도 먹어라.’ 이래야 한 숟갈을 떠먹어 부엌에서 물 말아서. 그러다 아무것도 잘못한 것도 없는 당신 마음에 쪼금만 안 들면 초롱불에다 불을 켜가지고 마당 복판에다 갖다놔. 갖다놓고 마당에서 그 진대서 저 위에서 저 아래 숯재 있는 데까지 애들 마냥 굴러가고 거기서 또 우로 굴어오고 거기서 또 알로 굴어가고. 무조건 잘못한 것도 없이 아들이 가서 끌어안고 마는 겨 ‘어머니, 지가 잘못했슈, 지가 잘못해슈’ 또 부엌에 가서 숭늉밥 한 그릇 해서 들어오면, 아들이 안고 앉아서 그거 다 떠여드리고 ‘가서 먹어’ 이 소리를 들어야 설거지를 하고 아들도 눕혀놓고 나오고. 설거지 다 하고 애 찌고 꾸부리고. 발도 못 들어가 이불이 쪼그만하니깐. 시어머니는 있는 대로 당신 편할 대로 자고. 그렇게 한 많은 세상을 살았어.”
그래서 좁은 방에 남편이 윗목에 눕고, 가운데 시어머니가 대자로 크게 누워서 주무시고 자신은 자식들과 좁게 누워 잤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순자 할머니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 저 할머니 불쌍한 거”라며 측은하게 말하였다.
시어머니는 항상 자식들이 무조건 본인 마음대로 해야지 마음이 편하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목을 매려고도 하셨다. 그럴 때마다 강정순 할머니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야 했다.
“목은 열두 번도 더 매달아 죽으려 가고. 당신 마음대로 자손들이 해야지. 조금만 치면 틀리면 새끼 가지고 개울로 가. 목 매달려고. 그거 놔두면 어때(어떡해). 목을 매달면. 살도 못하지. 개울있는 대로 가면 나는 뒤쫓아 감시롱 ‘아이고, 어머니, 지가 잘못했슈, 지가 잘못했슈.’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이 무조건 그래야 댜 지가 잘못했다고. 새끼 빼면서 ‘지가 잘못 했슈 지 탓이쥬. 집으로 가슈.’ 이러면서 앞에 세우고 나는 새끼 가지고 뒤에 따라가고. 한번은 옷도 많이도 안 싸고 개나리 보따리 요만큼 싸가지고 옆구리에 끼고는 나가시려고 ‘어머니, 왜 그러세요’ 하니깐 ‘이 개 같은 년아, 주둥이 다물어’ 이랴.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뒤를 쫓아 나가니깐 뭣이 나무 심궜지? 여기 들어오면. 거기서들 이 밑에 강당말 여자들이 일곱이 나보고 자꾸 눈짓을 햐. ‘가만 놔도, 붙들지 말어.’ 벌써 다 아니깐. 가만 놔두라고 뒤로 가라고. 그것도 마냥 뒀다가 안 붙들러 가는 날이면 우선은 내 새끼들이 서럼 받아 나는 뒷전이고. 이 새끼들은 방에 얼씬도 못하게 햐. ‘이 개 같은 놈 새끼들, 어디 와서 뭣이 하냐고.’ 내 새끼들 서럼 안 받게 할라고 더 하는 거유, 내가 더 비는 거유. 아이코 한 많은 세상, 지금 사람들 같으면 단 하루 이틀도 못 살아. 지금 시대만 같아도 나도 그렇게 못 살아. 옛날에 어둑헌 세상이라, 이 집 아니면 죽을 줄 알고.”
항상 시어머니 숟가락 위에 반찬을 다 올려 드렸고, 시어머니가 다 드시고 나면 부엌으로 가서 겨우 물에 밥을 말아서 먹었다. 그러면 어느새 나와서 밥을 오래 먹는다고 호통을 치셔서 밥 한 번 마음 편히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부엌에서 한 숟가락 떠먹으면 ‘부엌에서 설거지 할 년이 밥 얼른 먹고 상 날 때를 바래야 하는데, 저렇게 오래 처먹고 있다’고. 그때서야 등허리 메고 물 말아가지고 서서 한 숟깔 먹으면 당신 모냥 다 먹었기 때문에 거기 나와서 그런다고. 먹는 거 보고. 그렇게 오래 먹는다고. 아이고 이거 삼분의 일도 못한 거유.”